영하의 눈밭 위 ‘수영복 공연’… 日 지하 아이돌의 비틀린 생존법

 

화려한 조명 뒤에 숨겨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그늘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본의 한 아이돌 그룹이 영하의 날씨 속 눈 축제 현장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공연을 강행해 '가혹 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포화 상태에 이른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극단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삿포로의 충격: 패딩 대신 ‘수영복’ 입은 소녀들

13일 TV아사히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 선 그룹은 히로시마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지하 아이돌(Chika Idol·미디어 노출 없이 라이브 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아이돌) '플랑크스타즈'다.

이들은 지난 8일 홋카이도에서 열린 ‘삿포로 눈축제’ 야외 무대에 올랐다. 당시 삿포로는 영하의 기온에 눈발까지 날리는 혹한의 날씨였다. 그러나 무대 위에 등장한 멤버의 복장은 관객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한 멤버는 파란색 수영복 한 벌에 마이크 하나만을 든 채 무대를 누볐고, 다른 멤버들 역시 반팔 상의와 짧은 체육복 하의 차림으로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야 했다.

해당 공연 사진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자, 일본 현지는 물론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관심을 끌기 위해 멤버들에게 부적절한 의상을 강요한 아동 학대나 다름없다", "저 날씨에 맨살 노출은 동상이나 저체온증으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는 우려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소속사 해명은 “본인 의지”… 대중은 “암묵적 강요”

논란이 확산되자 소속사는 9일 공식 입장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소속사 측은 "해당 의상은 멤버가 직접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강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의상과 연출로 걱정과 불쾌감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추운 환경에서는 따뜻한 복장을 갖추도록 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자발적 선택'이라는 해명 뒤에는, 튀지 않으면 도태되는 지하 아이돌계의 처절한 생존 논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년 사이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뉴스를 살펴보면, 관심을 끌기 위한 '위험한 챌린지'나 '노출 마케팅'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틱톡(TikTok) 등 숏폼 플랫폼이 대세가 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안전을 담보로 한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소속사가 관리하는 아이돌 그룹이 공식 석상에서 신체적 위험을 감수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은 명백히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관심이 곧 돈’… 포화 상태 아이돌 시장의 비극

플랑크스타즈와 같은 '지하 아이돌'은 일본 엔터테인먼트의 독특한 하위문화다. 이들은 방송 출연 대신 소규모 라이브 공연과 팬들과의 접촉(악수회, 즉석사진 촬영 등)을 주수입원으로 삼는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수단이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일부 지하 아이돌 그룹이 곤충을 먹거나, 과격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수영복 사건' 역시 멤버들의 건강보다 '화제성'을 우선시하는 업계의 비뚤어진 욕망이 투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소속사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수영복 사건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과 가학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사이, 그 위태로운 줄타기를 멈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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