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3066조 쥔 ‘대한민국 1%’의 선택… “아파트 대신 ‘이것’ 쓸어 담았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지배하던 대한민국 부자들의 포트폴리오에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자산의 절대 비중은 여전히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지만, 부의 증식을 이끈 핵심 동력은 ‘미국 테크주’와 ‘AI’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대한민국 0.92%, 이른바 ‘슈퍼리치’ 47만 6000명의 투자 성적표가 공개됐다. 이들이 굴리는 돈만 3066조 원. 불확실성의 시대, 대한민국 1%는 어떻게 부를 지키고 또 불렸을까. 2025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해부했다.

‘부동산 공화국’의 균열… “땅 대신 기술을 샀다”

전통적으로 한국 부자의 자산 공식은 ‘부동산 몰빵’이었다. 그러나 2025년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의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54.8%로 여전히 절반을 넘지만, 그 기세는 예전만 못하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세금 이슈로 인해 추가 매입보다는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하거나 관망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빈 자리를 채운 것은 주식이다. 지난해 부자 10명 중 4명에게 웃음을 안겨준 효자 종목은 단연 반도체, 디스플레이, 그리고 인공지능(AI) 관련주였다. 특히 국내 증시에만 머물지 않고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 시선을 돌린 ‘서학개미형 부자’들이 자산 증식의 승자가 됐다.

이는 글로벌 트렌드와도 궤를 같이한다. 최근 1년여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신이 보도한 글로벌 고액 자산가(HNWI)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고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비중을 축소하고 AI 기술주와 사모펀드(PE) 등으로 자산을 다각화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한국 부자들 역시 ‘깔고 앉는 자산’에서 ‘굴러가는 자산’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셈이다.

워런 버핏 따라하기?… “현금 20% 쥐고 금(Gold)·코인 본다”

부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현금’을 사랑한다는 점이다. 현금과 수시입출식 예금 등 유동성 자산 비중이 12%, 예적금까지 합치면 약 20%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돈을 놀리는 것이 아니다.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역대 최대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며 폭락장을 기다리듯, 한국 부자들 역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총알’을 장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 뚜렷하다. 글로벌 정세 불안과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과 보석을 보유한 부자가 4명 중 3명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의 부상이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도박’ 취급받던 코인에 대한 관심도가 1%대에서 1년 만에 7배나 급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등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면서, 부자들도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의 ‘조미료’ 정도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따라 하면 나도 부자?… 소액으로 시작하는 ‘부자 따라잡기’

수십억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부자들의 투자 매커니즘을 벤치마킹할 방법은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3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1. 미국 우량주 ETF 적립: 부자들이 애플과 엔비디아를 샀다면, 소액 투자자는 S&P500이나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적금처럼 모아가면 된다. 개별 종목의 리스크는 줄이고 시장 전체의 성장에 베팅하는 것이다.

  2. 커피 값으로 건물주 되기(리츠): 꼬마빌딩을 살 수 없다면 부동산 투자신탁(REITs)이나 조각 투자가 답이다. 소액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지분을 갖고, 배당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배당금은 훌륭한 방어 수단이 된다.

  3. 현금도 종목이다: 가진 돈을 모두 주식에 넣는 것은 하수다. 자산의 10~20%는 파킹통장에 넣어두고, 시장이 공포에 질려 투매가 나올 때 우량 자산을 헐값에 줍는 용기로 사용해야 한다.

부자가 되는 길에 지름길은 없다. 이번 보고서가 주는 진짜 교훈은 ‘대박’이 아니다. 과도한 레버리지(빚)를 피하고, 확실한 주도주(AI·반도체)에 장기 투자하며, 위기에 대비해 현금을 쥐고 있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야말로 3066조 원을 만든 진짜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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