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不老長生)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수많은 영양제와 건강법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해답은 우리 곁에 있는 따뜻한 찻잔 속에 있을지 모른다. 커피 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이지만, 이제는 '홍차'에 주목해야 할 때다. 홍차 한 잔이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수명을 늘리고 뇌를 깨우는 강력한 ‘장수 엘릭서’라는 사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입증됐기 때문이다.
우유·설탕 넣어도 OK… 사망 위험 13% 낮추는 ‘항산화 폭탄’
국제 의학계가 홍차를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압도적인 표본 데이터다. 국제 저널 ‘내과학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공개된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기반으로 40~69세 남녀 약 50만 명을 무려 11년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하루에 홍차를 두 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9~13%나 낮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섭취 방식의 유연성이다. 연구팀은 "우유나 설탕을 타서 마시거나, 차의 온도가 뜨겁거나 식었거나, 심지어 카페인 대사 능력의 차이와 상관없이 사망 위험 감소 효과는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홍차 속에 함유된 카테킨(Catechin)과 테아플라빈(Theaflavin) 같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 덕분이다. 우리 몸은 숨을 쉴 때마다 ‘활성산소’라는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세포와 DNA를 공격해 노화와 암을 유발한다. 홍차의 항산화 성분은 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특히 카테킨의 항산화력은 비타민C의 100배, 비타민E의 200배에 달한다. 이는 혈관 탄력성을 높이고 혈압을 낮춰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을 막는 방패가 된다.
유전자도 이기는 효능, 치매 위험 최대 86%까지 ‘뚝’
홍차의 위력은 심장을 넘어 뇌까지 뻗친다. 최근 1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예방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가운데, 홍차가 뇌신경 퇴화를 막는다는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립 싱가포르대 연구팀이 55세 이상 성인 9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차를 마시는 사람은 인지능력 저하 위험이 50%나 낮았다. 더욱 드라마틱한 것은 치매 고위험군에서의 효과다.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 인자인 ‘APOE 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차를 꾸준히 마실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무려 86%까지 감소했다.
이는 홍차의 테아플라빈 성분이 뇌세포를 파괴하는 효소를 억제하고, 뇌 혈류를 개선하기 때문이다. 유전적 한계조차 식습관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80도 이상에서 3분”… 영양소 100% 흡수하는 ‘골든 타임’
아무리 좋은 명약도 잘못 먹으면 무용지물이다. 미국 공인 영양사 반다나 셰스 등 전문가들은 홍차의 효능을 제대로 누리기 위한 ‘골든 룰’을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와 시간이다. 홍차의 핵심 성분인 카테킨은 8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서 가장 잘 우러나온다. 티백을 넣고 3~5분간 충분히 기다리는 미학이 필요하다. 또한 홍차의 떫은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데, 이때 레몬 한 조각을 띄우거나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을 곁들이면 맛과 영양 흡수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단, 타이밍은 중요하다. 홍차에도 커피보다는 적지만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숙면을 방해하지 않으려면 아침이나 이른 오후에 마시는 것이 좋다.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이라면 하루 한 잔으로 시작해 서서히 양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따뜻한 홍차 한 잔, 그것은 오늘 나에게 선물하는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건강 보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