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위플볼이라 방심 금물”…전문가들 “표준 보호장비 가이드라인 시급”
■ 20만 명 즐기는 국민 스포츠, 그러나 부상도 ‘급증세’
미국에서 피클볼(Pickleball)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부작용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약 2천만 명이 즐기는 이 스포츠는 ‘노인층의 테니스 대체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안구 부상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의학학술지 JAMA Ophthalmology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평균 405건의 피클볼 관련 눈 부상이 새로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눈 주위 열상, 각막 찰과상, 홍채염 등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부상으로, 응급실 내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적 추정치를 산출한 결과다.
■ 50세 이상이 70% 차지…“위플볼이라 괜찮다”는 착각
특히 놀라운 점은 전체 부상자의 70%가 50세 이상 성인층이었다는 사실이다.
뉴욕대학교 여성스포츠의학센터 공동 디렉터인 나타샤 데사이(Natasha Desai) 박사는 “보통 스포츠 부상은 젊은층이 많은데, 피클볼은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데사이 박사는 “운동이 위험해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참여자가 급증한 결과”라면서도 “많은 이들이 ‘공이 가볍고 작다’는 이유로 방심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러트거스 의대 코리 라처(Corey Lacher) 박사도 “작은 위플볼이라 다칠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피클볼은 코트가 작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눈에 맞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부상 원인은 공에 맞거나, 라켓 또는 넘어짐에 의한 충돌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 전문가들 “표준 보호장비 가이드라인 시급”…인식 개선 절실
연구진은 “스쿼시 등 다른 실내 스포츠처럼 표준화된 안구 보호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용 보호안경 착용만으로도 최대 90%의 부상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라처 박사는 “시중에는 1만 원대부터 20만 원대까지 다양한 보호안경이 있지만, 어떤 제품이 안전한지 알기 어렵다”며 “미국재료시험협회(ASTM)의 F3164 기준을 충족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제품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예일 의대 안과 레지던트이자 피클볼 애호가인 다니엘 헤닉(Daniel Henick) 박사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눈 부상 위험 자체를 모른다”며 “코트 주변에 안전 수칙을 게시하고, 프로 선수들이 먼저 보호장비 착용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피클볼 협회(USA Pickleball)는 이번 연구의 권고 사항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단순하지만 치명적”…
미국 네티즌들은 SNS와 포럼을 통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이용자는 “가벼운 공인데 눈이 다친다고?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움을 표시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골프엔 헬멧이 없듯 피클볼에도 보호안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댓글을 남겼다.
반면 일부는 “이미 친구가 공에 맞아 각막을 다쳤다”며 “지금이라도 규칙적으로 보호안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 즐거움과 안전은 함께 가야 한다
피클볼은 세대와 체력을 초월한 ‘가장 미국적인 신종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는 참여자 수만큼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보호장비 착용만으로도 수백 건의 부상을 막을 수 있다”며 “즐거움과 안전은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