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숨어 있던 '무늬만 담배'들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린다. 오는 4월 24일부터 액상형 전자담배가 정식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흡연 문화와 관련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상 담배의 정의를 확대해, 그간 규제를 피해 갔던 합성 니코틴 제품들에 강력한 제동을 걸기로 했다.
‘연초’ 아니면 괜찮다?… 구멍 뚫린 법망, 빗장 걸렸다
핵심은 ‘담배의 정의’가 바뀐다는 점이다. 기존 법률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경우에만 해당됐다. 이 틈을 타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혹은 화학적으로 만든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었다.
이로 인해 학교 앞 문구점이나 온라인, 무인 자판기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손쉽게 전자담배를 구입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속되어 왔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담배의 원료 범위를 ‘연초나 니코틴’으로 넓혔다. 즉, 잎이든 합성이든 니코틴이 들어간 모든 제품은 이제부터 동일한 법적 통제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美·유럽은 이미 ‘전쟁 중’… 韓, 글로벌 규제 트렌드 합류
이번 조치는 한국만의 유난스러운 규제가 아니다. 최근 1년 사이 전 세계 뉴스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합성 니코틴과 향 첨가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는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지난 2022년부터 합성 니코틴 제품을 담배 규제 권한 아래 두는 법안을 발효시켜 '법적 구멍(Loophole)'을 메웠고, 최근 1년 동안 승인받지 않은 가향 전자담배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 역시 청소년 흡연의 주범으로 꼽히는 일회용 전자담배 금지를 추진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의 이번 조치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을 맞춘 것으로, ‘규제 공백’을 메우는 필수적인 수순으로 풀이된다.
경고 그림 붙고, 아무 데서나 못 피운다… 달라지는 3가지
소비자와 판매자가 당장 체감하게 될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4월 24일을 기점으로 시장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1. 혐오 그림 부착 및 ‘맛’ 광고 금지 앞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업자는 담뱃갑 포장지와 광고물에 의무적으로 건강 경고 그림과 문구를 넣어야 한다. 특히 소비자를 현혹했던 ‘달콤한 향’ 마케팅에 제동이 걸린다. 담배의 맛이나 향을 연상시키는 문구, 그림, 사진 사용이 금지된다. 광고 역시 잡지나 국제선 항공기 등 제한된 곳에서만 허용되며, 청소년에게 노출될 우려가 있는 내용은 원천 차단된다.
2. 자판기 성인인증 필수, 판매처 제한 무인 매장의 무분별한 판매도 불가능해진다. 담배 자동판매기는 성인 인증 장치를 반드시 부착해야 하며, 미성년자 출입이 금지된 장소나 소매점 내부 등 감시가 가능한 곳에만 설치할 수 있다. 소매점 외부에 광고물을 전시하는 행위도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3. 카페·당구장 ‘몰래 흡연’ 적발 시 과태료 흡연자들 또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이건 담배가 아니다"라며 금연구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던 행위는 이제 불법이다. 학교, 의료기관, 도서관, 어린이집은 물론 음식점과 카페 등 모든 금연구역에서 사용이 금지된다. 이를 어길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4월부터 시작되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정상화 과정이다. 애연가들 역시 변화된 법규를 숙지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