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혼자 놀이터에 가기에 몇 살이 적당한가?" 이 질문은 단순한 육아 고민을 넘어, 이제 법적 공방과 국가 시스템의 개입을 부르는 사회적 뇌관이 되었다. 부모의 교육 철학과 국가의 아동 보호 의무가 충돌하는 지점, 그곳에서 한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산산조각 났다.
“혼자 가면 위험해” vs “부모의 권리”… 악몽이 된 킥보드 나들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맬러리 셜리(Mallerie Shirley)와 크리스토퍼 플레전츠(Christopher Pleasants) 부부에게 지난 3개월은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고작 전동 킥보드 한 대였다.
부부는 곧 7살이 되는 6세 아들에게 전동 킥보드를 타고 인근 놀이터에 다녀오는 것을 허락했다. 집에서 놀이터까지의 거리는 약 0.3마일(약 500m),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거리였다. 이미 놀이터에는 아들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었고, 아이는 그 길을 수없이 오가며 지리에 익숙한 상태였다. 부모는 아이의 자립심을 믿었고, 아이 역시 안전하게 목적지로 향했다.
그러나 그 믿음은 한 운전자의 신고로 무너졌다. 길을 가던 한 운전자가 혼자 킥보드를 타는 아이를 목격하고 "어디 사니?"라고 물은 뒤, 당국에 신고를 접수한 것이다. 이틀 뒤, 부부의 집 문을 두드린 건 아동보호국(CPS) 조사관이었다.
조사관의 논리는 단호했다. "아이는 거의 7살이다"라는 부모의 말에 조사관은 "혼자 가기엔 어리다.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공원에 누가 도와주나?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아동 방임 혐의를 제기했다. 부모는 "우리는 그저 참담했다(Devastated)"며 당시의 충격을 회상했다.
무혐의 처분에도 남은 트라우마, “누가 우리를 감시하나”
놀이터라는 익숙한 공간, 수천 번을 오간 길이었지만 ‘신고 정신’ 투철한 이웃과 제도의 잣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아동보호국은 즉시 사건을 개시했고, 조사는 무려 3개월간 이어졌다.
최근 주 당국은 최종적으로 "아동 방임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없다(Unsubstantiated)"고 통보하며 사건을 종결했다. 법적으로는 부모의 승리였다. 셜리 씨는 "자녀가 어떤 일을 할 능력과 역량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부부는 사건이 종결된 지금도 여전히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아들을 다시 밖에 내보내면 누군가 또 신고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걱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을 신고한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이웃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프리 레인지 키즈’ 논란… 과잉 보호인가, 사회적 안전망인가
이번 사건은 최근 1년간 서구권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프리 레인지 키즈(Free-range kids·방목형 육아)’ 논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 코네티컷과 텍사스 등지에서도 아이를 혼자 공원에 보내거나 등하교 시킨 부모가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가 잇따라 보도된 바 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타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독립성을 부여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이른바 '자립 육아 보호법'을 제정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전 세계 뉴스 트렌드를 살펴보면, 현대 사회는 '안전'이라는 명목하에 아이들의 모든 동선을 통제하는 '헬리콥터 육아'를 강요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영국의 한 매체는 최근 "우리는 아이들에게서 모험을 빼앗고, 그 자리를 불안으로 채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애틀랜타의 이 부모가 겪은 일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현대 사회에서는 "아이 하나를 감시하기 위해 온 마을이 신고한다"는 서늘한 현실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모의 양육권과 사회적 감시망 사이, 그 위태로운 줄타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