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난임 치료를 받던 백인 부부가 의료진의 치명적인 실수로 생물학적 연관성이 전혀 없는 아이를 출산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의료 과실을 넘어, 난임 시술 과정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플로리다 ‘IVF 라이프’의 치명적 오류, 축복이 악몽으로
30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 올랜도 센티넬 등 외신에 따르면, 티파니 스코어와 스티븐 밀스 부부는 올랜도 지역의 유명 불임 클리닉인 'IVF 라이프(IVF Life)'와 해당 병원의 생식내분비 전문의 밀턴 맥니콜 박사를 상대로 오렌지카운티 순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20년 체외수정(IVF) 시술을 위해 자신들의 배아 3개를 해당 클리닉에 보관했다. 5년 뒤인 2025년 4월, 부푼 꿈을 안고 배아 1개를 이식받았고, 같은 해 12월 11일 건강한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백인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외모상 확연히 다른 인종적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부부는 즉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참혹했다. 아이와 부부 사이에는 그 어떤 생물학적 연관성도 없었다. 병원 측이 배아 이식 과정에서 다른 환자의 배아를 이식한, 이른바 '배아 뒤바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1년 전 조지아주의 비극 ‘판박이’… 반복되는 ‘비자발적 대리모’의 공포
이번 사건은 난임 시술을 받는 환자들에게 끔찍한 기시감을 안겨준다. 불과 1년 전인 2025년 초, 미국 조지아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배아 혼동' 사건이 발생해 전 사회적인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당시 조지아주의 크리스티나 머레이(Krystena Murray) 씨 역시 난임 클리닉의 실수로 타인의 배아를 이식받아 흑인 아이를 출산했다. 그녀는 아이를 직접 키우려 했으나, 뒤늦게 나타난 생물학적 부모와의 양육권 분쟁 끝에 결국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피해자가 하루아침에 ‘비자발적 대리모’가 되어버린 이 비극은 난임 치료 시스템의 부실한 배아 관리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바 있다.
스코어-밀스 부부의 사례 역시 이 궤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부부의 변호인 존 스카롤라 변호사는 “지난달 병원 측에 배아 처리 경위와 부부의 원래 배아 행방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으나, 아직 납득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라진 ‘내 배아’는 어디에… 끝나지 않는 고통
현재 부부는 아이를 계속 양육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동시에 윤리적, 법적 책임을 고려해 아이의 진짜 부모(생물학적 친부모)를 찾아 연결해줘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사라진 부부의 배아다. 이들은 자신들의 배아가 엉뚱한 사람에게 이식되어, 어딘가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부부는 이번 소송을 통해 클리닉 측에 ▲관련 정보의 전면 공개 ▲유전자 검사 비용을 포함한 손해 배상 ▲배아 혼동으로 인한 추가 피해 가족 여부 조사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난임 기술은 발전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생명 윤리와 관리 시스템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내 아이가 맞나"를 의심해야 하는 현실, 이것이 2026년 첨단 의료 대국 미국의 민낯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