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혐의로 기소… 100년 이상 징역형 가능성 제기
SEC 조사로 드러난 사기 행각, 민사소송에서도 막대한 배상 합의
수십조 원의 피해를 낳은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중심 인물 권도형(33)이 미국으로 송환되면서 그의 사법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권씨는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직후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에 의해 8개 혐의로 기소됐다. 혐의에는 증권 사기, 통신망 사기, 상품 사기, 시세 조종 공모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권씨가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에서 가상자산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허위 정보를 퍼뜨려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투자회사와 공모해 테라 시세를 조작한 혐의도 제기됐다.
SEC 조사와 민사소송 판결문에 드러난 사기 행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권씨와 테라폼랩스의 사기 행위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배심원단은 권씨가 투자자들을 기만해 자금을 끌어모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테라폼랩스가 2021년 5월 점프 크립토 홀딩스의 자회사 타이모샨과 맺은 계약에서 테라의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타이모샨이 대량 매수해 시세를 떠받친 사실도 확인됐다.
권씨는 SEC와의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뒤 44억7천만 달러(약 6조5천억 원)의 환수금과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유죄 판결 시 예상 형량
권씨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우 경제사범의 최고 형량은 40년이지만, 미국은 병과주의를 채택해 개별 범죄마다 형을 합산한다. 권씨에게 적용된 8개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100년이 넘는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형량은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최대 115년의 징역형이 예상됐지만, 2024년 3월 1심에서 징역 25년과 110억2천만 달러(약 16조 원)의 재산 몰수형을 선고받았다.
앞으로의 사법 절차와 파급효과
권씨의 송환과 함께 미국 법무 당국은 그의 혐의와 관련된 사기 행각을 본격적으로 규명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불투명한 관행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씨 사건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허위 정보 제공과 시세 조작의 심각성을 일깨우며,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사법부의 최종 판결은 그가 저지른 행위의 대가와 더불어 전 세계 암호화폐 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